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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엘칼럼

판다는 것은 지는 게 아니다 — 승계형 M&A라는 선택지

후계자가 없다고 회사의 대(代)가 끊기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넘기는 방식으로 대를 잇는 오너들이 있다.

정엘 편집국 · 2026-07-12

"아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면, 제 손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걸까요." 상담 자리에서 이 질문 앞에 말을 잇지 못하는 오너를 자주 만난다. 30년 넘게 키운 회사인데 자녀는 다른 길을 걷겠다 하고, 물려받겠다는 조카도 없다. 폐업과 매각, 두 글자 사이에서 오너는 스스로를 '실패한 창업자'로 규정해버린다.

그러나 그 판단은 틀렸다. 회사를 판다는 것은 대가 끊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대를 잇는 일이다. 회사는 존속하고, 직원은 자리를 지키고, 오너가 평생 쌓은 기술과 거래처는 다음 경영자에게 넘어간다. 이것이 승계형 M&A(Mergers & Acquisitions,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경영권 이전)다.

왜 지금, 매각도 '승계'인가

가업승계라고 하면 대부분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그림만 떠올린다. 그러나 상속·증여를 통한 승계는 후계자가 있을 때만 가능한 선택지다. 자녀가 가업을 이을 뜻이 없거나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 오너들의 고민이 커지면서, 정부도 승계형 M&A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매각을 원하는 기업과 인수를 원하는 기업·투자자를 연결하는 사업승계·M&A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세법 측면에서도 주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소득세법), 자산을 넘기면 법인세(법인세법) 문제가 발생한다 — 즉 매각도 상속·증여 못지않게 사전 설계가 필요한 '정식 승계 절차'라는 뜻이다.

미니 케이스 — 어느 2대 없는 경영자의 선택 (가상 사례)

다음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사례다. 지방에서 정밀부품 제조업을 30년간 운영해 온 68세 박모 대표는 외동딸이 의사의 길을 택하면서 가업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다. 처음엔 폐업을 떠올렸지만, 자문을 거쳐 동종업계 중견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직원 42명 전원의 고용 승계를 계약 조건에 명시했고, 박 대표는 3년간 고문으로 남아 기술과 거래처를 인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 간판은 바뀌었지만, 제가 뽑은 직원들은 오늘도 그대로 출근합니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준비된 매각과, 방치된 폐업 — 갈림길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선택지는 빠르게 줄어든다. 반대로 방향을 일찍 정하면 회사 가치를 지킨 채 조건을 고를 수 있다.

구분방치(무계획 폐업)준비된 승계형 M&A
회사 가치거래처·인력 이탈로 청산가치 수준까지 하락영업권·거래처가 살아있어 계속기업가치로 평가
직원 고용폐업과 함께 전원 실직고용 승계 조건 협상 가능
세금 대응급박한 매각·청산으로 세부담 시뮬레이션 여지 없음양도소득세·법인세를 사전에 세무사와 설계
오너의 이후 역할단절고문·자문 등으로 일정 기간 관여 가능

승계형 M&A 준비 체크리스트

  • 후계자 부재를 인정하고 매각을 정식 승계 옵션으로 검토했는가
  • 재무제표와 지분 구조를 매각 실사에 대비해 정리했는가
  • 직원 고용 승계 조건을 협상 우선순위에 넣었는가
  • 주식 매각 시 양도소득세, 자산 매각 시 법인세 부담을 세무사와 사전 시뮬레이션했는가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공적 M&A 지원 채널의 자문을 받아봤는가

매각을 결심했다고 다음 주에 계약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실사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제표 정리, 세부담 시뮬레이션, 고용 승계 조건 협상까지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는 절차다. 지금 할 일은 매각 여부를 당장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전문 자문사와 함께 회사의 현재 가치와 세금 구조부터 점검하는 것이다. 그 점검표 하나가, 훗날 '떠밀린 매각'과 '선택한 승계'를 가른다.

핵심 정리

Q. 후계자가 없으면 무조건 폐업밖에 방법이 없나요?
A. 아니다. 회사를 매각해 존속시키는 승계형 M&A도 정당한 승계 방식이다. 폐업은 회사와 고용을 모두 단절시키지만, 매각은 회사와 고용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다.

Q. 회사를 팔면 세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주식을 팔면 양도소득세(소득세법), 사업 자체나 자산을 넘기면 법인세(법인세법) 문제가 발생한다. 매각 방식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므로 계약 전에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Q. 매각을 준비하려면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사업승계·M&A 지원 채널을 통해 매수 희망 기업과의 연결,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세부 조건과 세금 설계는 개별 상담이 필요하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득세법, 법인세법.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