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엘칼럼
[정엘칼럼] 100년 기업에는 은퇴 계획이 있다
장수 기업들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물러나는 방식까지 설계해 두었다는 점이다. 은퇴 계획은 개인의 노후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존속 전략이다.
오래가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뜻밖의 공통점이 있다. 위대한 창업자가 아니라, 잘 물러난 창업자가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장수 기업들은 당대의 성공보다 다음 대로의 이행을 더 정교하게 설계했다. 반대로 강한 창업자가 끝까지 모든 것을 쥐고 있던 회사는, 그 창업자의 퇴장과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은퇴 계획이 없다는 것의 의미
오너에게 은퇴 계획이 없다는 것은 단지 개인의 노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회사에 권한 이양의 시간표가 없다는 뜻이고, 후계자에게는 준비의 마감일이 없다는 뜻이며, 조직에는 다음 체제에 대한 예고가 없다는 뜻이다. 기한 없는 승계는 시작되지 않는다. "언젠가 물려주겠다"는 말은 계획이 아니라 유예일 뿐이다.
물러남을 설계한다는 것
은퇴 계획은 사라지는 계획이 아니라 역할을 바꾸는 계획이다. 언제까지 대표 자리를 넘길지, 그 후 창업자는 어떤 역할로 무엇에 관여하고 무엇에서 손을 뗄지, 소유와 경영의 이양은 각각 어떤 속도로 갈지를 문서로 정하는 일이다. 여기에 오너 개인의 재무적 독립, 곧 회사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노후 재원의 설계가 더해져야 물러남이 현실이 된다. 회사에서 생활비를 꺼내 써야 하는 창업자는 결코 온전히 물러날 수 없다.
100년 기업은 창업자가 오래 버틴 회사가 아니라, 물러남이 시스템이 된 회사다. 승계 설계의 완성은 후계자의 취임식이 아니라 창업자의 은퇴 계획서에 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경영·승계 관점을 다룬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