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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예규

일감을 몰아줬을 뿐인데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온 이유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법인이 자녀 회사 등 특수관계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면, 그 초과이익만큼 지배주주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 헌법재판소는 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제도를 합헌으로 확인했고, 대법원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법인 주주가 같아도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자기증여'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엘 편집국 · 2026-07-12

"우리 애 회사에 물량 좀 몰아준 게 무슨 죄라고,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옵니까." 세무조사를 받던 한 중견기업 오너가 세무대리인 앞에서 던진 말이다. 자녀 명의 법인에 원자재를 몰아주거나 용역을 발주해 매출을 실어준 것뿐인데, 몇 년 뒤 자녀 앞으로 수억 원의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온다. 억울함보다 당혹감이 앞선다. "증여한 적이 없는데 왜 증여세인가."

이 질문은 실무에서 매년 반복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안정적 매출처 확보라는 경영 판단이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의제되기 때문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회삿돈이 오간 것도 아니고 명의가 넘어간 것도 아닌데 세금을 내라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세청과 법원의 시각은 다르다.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법인이 자녀 등 특수관계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면, 그 특수관계법인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지배주주(또는 그 지분을 보유한 자녀)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본다.

쟁점의 근거: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

근거 조문은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이다. 흔히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로 불린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수혜법인)이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다른 법인(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서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 그 초과분에 상응하는 이익을 지배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매긴다.

과세 요건에는 검증된 두 가지 수치가 핵심이다. ①정상거래비율: 수혜법인 매출액 중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를 초과해야 과세 대상 이익이 발생한다(국세청 안내자료 기준). ②한계보유비율: 지배주주와 친족의 수혜법인 지분율이 대기업 3%, 중소·중견기업 10%를 초과해야 수증자가 된다. 이 두 문턱을 모두 넘어야 실제 증여세가 산출된다.

실제 판례: 합헌 확인과 '자기증여' 항변의 실패

이 제도의 정당성 자체가 다퉈진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28일 선고 2016헌바347·471, 2017헌바261 결정에서 구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일감몰아주기를 억제하고 소득 재분배를 도모하려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이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조세법률주의·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몰랐다", "억울하다"는 감정론만으로는 과세 자체를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인 쟁점은 이른바 '자기증여' 항변이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법인(일감을 몰아준 법인)의 주주가 사실상 동일인이라면, "내가 나에게 증여한 셈이니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대법원 2022년 11월 10일 선고 2020두52214 판결은 이 항변을 정면으로 배척했다. 증여자는 일감을 몰아준 특수관계법인 그 자체이지, 그 법인의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법인과 주주는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이므로, 수증자가 특수관계법인의 주주를 겸하고 있어도 증여자·수증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자기증여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가상의 사례(실제 사건이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 A씨는 본인이 100% 지배하는 제조법인 X사의 물량 상당 부분을 아들이 지분 60%를 보유한 Y사에 몰아줬다. A씨도 X사를 통해 Y사 지분 일부를 간접 보유하고 있어 "결국 내가 나한테 이익을 준 것"이라 주장했지만, 앞선 판례 법리에 따르면 증여자는 X사이고 수증자는 아들이므로 자기증여로 인정받기 어렵다.

갈림길: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실무에서 갈림길은 이렇게 나뉜다. 정상거래비율과 한계보유비율을 모두 넘겼는데 아무런 사전 검토 없이 거래를 지속한 경우, 사업연도 종료 후 국세청 신고·조사 단계에서 증여의제이익이 통째로 확정되고 가산세까지 더해진다. 반대로 매년 거래비율을 시뮬레이션하며 정상거래비율 이하로 조정하거나, 공개경쟁입찰 등 정상적 거래 관행에 따른 것임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갖춰둔 경우에는 과세제외매출액으로 인정받아 세부담을 줄이거나 피할 여지가 생긴다. 결국 '몰랐다'와 '미리 점검했다'의 차이가 세금의 유무를 가른다.

체크 항목확인 포인트
거래비율수혜법인 매출 중 특수관계법인 비중이 30%(대기업)·40%(중견)·50%(중소) 초과 여부
지분율지배주주+친족의 수혜법인 지분이 3%(대기업)·10%(중소·중견) 초과 여부
거래 근거입찰·견적 비교 등 정상거래임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 보유 여부
주주 구성수혜법인과 특수관계법인 주주가 겹치더라도 '자기증여' 예외를 기대하지 말 것
신고 시기증여의제이익은 수혜법인 사업연도 종료일에 증여시기가 확정된다는 점 반영

매년 회계연도가 끝날 때마다 계열사 간 거래비율표를 뽑아보는 습관이 첫걸음이다. 정상거래비율에 근접했다면 세무대리인과 함께 과세제외매출액 해당 여부, 거래 단가의 객관성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미 지분 구조상 자기증여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앞서 본 대법원 판례상 그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대안을 짜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리 짚어두면 놀랄 일은 없다.

핵심 정리

Q1. 계열사 간 거래인데도 증여세가 나오는 이유는?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법인이 특수관계법인에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해 일감을 몰아주면, 그 초과이익만큼 지배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이 의제하기 때문이다.

Q2. 이 제도 자체가 위헌 아닌가?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6헌바347·471, 2017헌바261 결정에서 이미 합헌으로 확인됐다.

Q3. 수혜법인 지배주주와 특수관계법인 주주가 같으면 과세를 피할 수 있나?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두52214 판결에 따르면, 증여자는 법인 자체이고 주주와는 별개 인격이므로 자기증여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자료: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6헌바347·471, 2017헌바261 결정,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두52214 판결, 국세청 홈택스 안내자료.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