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예규
자기주식을 비싸게 사줬다가 부당행위로 걸린 사연
특수관계자인 오너로부터 자기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면 세법은 이를 무수익자산 고가매입으로 본다. 대법원 판례가 갈리는 지점과 실무 체크리스트를 짚는다.
"회사가 제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준다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됩니까." 가업승계를 준비하던 한 대표가 세무 자문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내 회사에 내 지분을 넘기는 것뿐인데 왜 세무서가 끼어드느냐는 반응,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세청과 법원의 시선은 다르다.
오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지분을 정리하며 회사에 넘긴 것뿐인데, 세무조사에서 "특수관계자 부당행위"라는 딱지가 붙으면 회사 돈을 빼돌린 사람 취급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자기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회사에 넘기는 거래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 쟁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쟁점: 왜 자기주식 고가매입이 문제되나
법인세법 제52조(부당행위계산의 부인)는 법인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조세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가를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다시 계산하도록 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은 그 유형으로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는 행위와 "무수익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함께 들고 있다. 오너 등 특수관계인(지배주주와 그 친족·임원 등 세법이 정한 이해관계자, 법인세법 시행령 제2조)으로부터 비상장주식인 자기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면 이 두 유형이 동시에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핵심 쟁점이다. 여기서 "시가"는 통상적인 거래가액이 없는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속세및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준용해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판례가 보여주는 갈림길
대법원은 자기주식 취득의 성격을 두고 상반돼 보이는 두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44084 판결은, 자기주식이라도 업무상 필요 없이 고가로 매입되어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법인세법 시행령상 "무수익자산"에 해당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두31263 판결은, 자기주식 취득으로 1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향후 처분 시 시세차익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면 이를 곧바로 무수익자산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갈림길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이 자기주식 취득으로 회사가 나중에 이익을 볼 여지가 있었는가, 아니면 오너의 지분 정리를 도와준 것 외에 실익이 없었는가." 같은 자기주식 매입이라도 이 답이 갈리면 세무상 결론도 갈린다.
가상의 사례로 보는 쟁점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사례이며 실제 사건이 아니다. 비상장 제조업체 A사의 창업주 B는 은퇴를 앞두고 보유 주식 1만 주를 회사에 넘기기로 했다.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1주당 평가액은 5만원이었으나, A사는 8만원에 이를 매입했다. 세무조사에서 과세관청은 시가 5만원을 초과하는 3만원(총 3억원) 부분을 부당행위로 보아 손금불산입하고, 초과액을 B에 대한 상여·배당으로 소득처분해 추가 소득세를 부과했다. A사는 "지분 안정화를 위한 경영상 필요였다"고 주장했지만,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할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체크리스트: 자기주식 취득 전 반드시 확인할 것
| 점검 항목 | 확인 내용 |
|---|---|
| 시가 산정 | 감정평가 또는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근거 자료를 사전에 확보했는가 |
| 특수관계 확인 | 매도인이 지배주주·친족·임원 등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점검했는가 |
| 경영상 필요성 | 이사회 의사록 등으로 취득 목적(지분 안정, 주가관리 등)을 문서화했는가 |
| 배당가능이익 |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취득이 이뤄지는가 |
| 향후 활용계획 | 소각·재매각 등 시세차익 가능성을 뒷받침할 계획이 있는가 |
결론은 간단하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자기주식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취득할 계획이 있다면, 가격을 정하기 전에 시가 평가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순서다. 이사회 결의와 취득 목적을 문서로 남기고, 세무 전문가와 함께 시가 초과분이 발생하지 않는지 사전에 검증받는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딱지를 걱정할 이유는 줄어든다. 서두르지 않고 절차를 밟아가면 될 일이다.
핵심 정리
Q. 특수관계인에게서 자기주식을 시가대로만 사면 안전한가.
A. 가격이 시가와 일치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가격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다만 시가 산정 근거를 명확히 갖춰야 추후 다툼을 피할 수 있다.
Q. 시가보다 조금 높게 산 것도 문제되나.
A. 통상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이 시가의 5%(또는 3억원) 이상인 경우 등 세법이 정한 기준을 넘으면 부당행위로 다퉈질 가능성이 커진다. 구체적 기준 적용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Q. 부당행위로 인정되면 오너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있나.
A. 초과액이 손금불산입되어 법인세가 늘어나는 동시에, 그 금액이 오너에게 상여·배당 등으로 소득처분되어 별도의 소득세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자료: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국세법령정보시스템(국세청).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