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엘칼럼
[정엘칼럼] 지분은 넘겼는데 소송이 온다 — 유류분이 승계 설계를 흔드는 자리
후계자에게 주식을 몰아준 순간, 그 지분은 나머지 자녀의 유류분 청구 대상이 된다.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민법 개정과 함께 오너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들.
유류분은 법정상속인에게 법으로 최소한 보장되는 상속 몫을 말한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주었든, 남은 상속인은 자기 몫의 일정 비율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회사를 물려주는 오너에게 이 제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분을 후계자 한 명에게 몰아주는 순간, 나머지 자녀들의 유류분 청구 대상이 바로 그 지분이 되기 때문이다. 증여계약서를 쓰고 주주명부를 정리하고 증여세까지 냈는데, 상속이 개시된 뒤 형제 사이 소송으로 지분이 다시 흩어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세금 설계는 끝냈는데 승계 설계는 끝나지 않은 상태다.
차남과 장녀가 각각 9억원, 합계 18억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형태다. 장남에게 현금 18억원이 없으면 결국 주식으로 정산하게 되고, 그 순간 후계자 지분율이 내려간다. 지배구조를 만들려고 몰아준 지분이 소송을 거쳐 다시 쪼개지는 구조다.
유류분은 얼마나 되나?
민법 제1112조는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의 유류분을 3분의 1로 정한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하던 같은 조 제4호는 헌법재판소가 2024년 위헌으로 결정해 효력을 잃었다. 유류분을 계산하는 바탕이 되는 재산, 즉 기초재산은 상속개시 당시 남아 있는 재산에 생전 증여를 더하고 채무를 뺀 금액이다(민법 제1113조). 오너가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은 생전 증여의 산입 범위다. 민법 제1114조는 상속개시 전 1년간의 증여를 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동상속인에게 준 증여는 시기와 관계없이 특별수익으로 보아 기초재산에 넣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별수익이란 상속인이 피상속인에게서 미리 받아 간 몫을 말한다. 20년 전 후계자에게 넘긴 비상장주식도 계산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실무에서는 "오래된 증여라 괜찮다"는 전제부터 지운다.가상의 예시로 계산하면 얼마인가?
가상의 예시다. 창업주 A가 사망했고 배우자는 이미 없다. 자녀는 장남·차남·장녀 세 명이다. A는 생전에 장남에게 비상장주식 전부(상속개시 시점 평가액 60억원)를 증여했고, 사망 당시 남은 재산은 6억원, 채무는 없다.| 항목 | 금액 | 근거 |
|---|---|---|
| 기초재산 | 66억원 (잔여 6억 + 증여 60억) | 민법 제1113조 |
| 자녀 1인 법정상속분 | 22억원 (66억 ÷ 3) | 민법 제1009조 |
| 자녀 1인 유류분 | 11억원 (법정상속분의 1/2) | 민법 제1112조 |
| 차남·장녀가 실제 받은 몫 | 각 2억원 (잔여재산 6억 ÷ 3) | - |
| 1인당 유류분 부족액 | 각 9억원 | - |
2026년 민법 개정은 무엇을 바꿨나?
법무부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의 유류분과 상속권을 제한하고, 피상속인을 성실히 부양한 기여상속인이 받은 증여를 보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2026년 2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유류분 소송이 지연돼 온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승계 관점에서 중요한 대목은 두 번째다. 후계자가 창업주를 부양하고 회사를 함께 키운 사정이 유류분 다툼에서 평가받을 통로가 생겼다. 다만 그 사정은 증명해야 인정된다. 병원 동행 기록도, 급여 없이 일한 기간도, 회사 성장에 실제로 기여한 내역도 남아 있어야 주장이 된다. 기록이 없으면 주장도 없다. 개정법의 구체적 적용 범위와 경과 규정은 개별 사안마다 다르므로 실제 설계에는 조문 확인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언제까지 다툴 수 있나?
민법 제1117조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정한다.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다. 짧아 보이지만 가족 간 분쟁에서 이 기간은 대개 넉넉하게 흘러간다. 상속개시 후 1년은 장례와 신고, 재산 파악으로 지나가고, 갈등은 그 뒤에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오너가 지금 무엇부터 점검하나?
실무에서는 다음 항목부터 점검한다.- 후계자에게 이미 넘긴 지분·부동산·현금의 시기와 평가액을 표로 정리했는가 (시기와 무관하게 기초재산에 들어올 수 있다)
- 후계자 외 자녀에게 배분할 재원을 따로 확보했는가 (부동산, 보험, 사업 외 자산 등 지분을 건드리지 않는 재원)
- 자녀별로 받을 것과 못 받을 것을 생전에 설명하고 기록으로 남겼는가
- 후계자의 회사 기여와 부양 사실을 증빙으로 남기고 있는가
- 정관·주주간 약정에 지분 분산을 막는 장치가 있는가
- 상속개시 시점의 비상장주식 평가액을 주기적으로 재산정하고 있는가 (오늘의 60억이 5년 뒤 100억이면 유류분도 함께 커진다)
핵심 정리
Q. 오래전에 준 주식도 유류분 계산에 들어가나? A. 공동상속인에게 준 증여는 특별수익으로 보아 시기와 관계없이 기초재산에 산입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1년 규정(민법 제1114조)만 믿고 안심할 수 없다. Q. 자녀 1인의 유류분은 얼마인가? A.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다(민법 제1112조). 자녀 3명이면 법정상속분이 3분의 1이므로 유류분은 기초재산의 6분의 1이 된다. Q. 유류분 청구는 언제까지 가능한가? A. 안 날부터 1년,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다(민법 제1117조). Q. 2026년 개정으로 후계자에게 유리해졌나? A.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의 유류분이 제한되고 성실히 부양한 기여상속인의 증여가 보호되는 방향이다. 다만 기여와 부양은 증명의 문제이므로 기록이 없으면 실익도 없다.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헌법재판소, 대법원, 법무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