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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예규

명의만 빌려준 주식에 두 번 증여세는 없다 — 대법원이 그은 명의신탁 과세의 경계선

명의신탁주식에 한 번 증여세가 과세됐다면, 그 매도대금으로 다시 취득해 같은 명의로 올린 주식에는 재차 과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2018두37755)을 해설한다. 남의 이름으로 된 주식이 남아 있는 오너가 지금 점검할 것들.

정엘 편집국 · 2026-08-11

명의신탁주식이란 실제 돈을 낸 소유자와 주주명부에 오른 명의자가 다른 주식을 말한다. 과거 상법이 법인 설립 시 복수의 발기인을 요구하던 시절, 지인이나 친척 이름을 빌려 창업한 회사가 적지 않다. 법인 설립 때 처남이나 직원 명의로 지분 일부를 올려 둔 대표라면, 그 주식이 지금 어떤 세금 문제를 안고 있는지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명의만 빌려줬는데 왜 증여세가 나오나?

세법은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주식을 명의자 앞으로 명의개서한 날, 그 주식을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여기서 증여의제란 실제 증여가 아니어도 세법이 증여로 간주해 과세한다는 뜻이다. 명의신탁에는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은 납세자가 입증해야 한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에서 최고 50%까지 적용된다. 또 2019년 1월 1일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명의를 빌려준 수탁자가 아니라 실제소유자, 즉 명의신탁자로 바뀌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실무에서는 명의개서 시점이 2019년 전인지 후인지부터 확인해 납세의무자를 가른다.

한 번 과세된 신탁주식, 다시 과세할 수 있나?

대법원은 2022년 9월 15일 선고한 2018두37755 판결에서 과세의 경계선을 분명히 했다. 최초로 증여의제 과세가 이루어진 명의신탁 주식을 판 돈으로 새 주식을 사서 다시 같은 사람 명의로 올린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새 주식에 다시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존 신탁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 주식을 취득하고, 명의개서 전에 기존 주식을 팔아 그 대출금을 갚은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자금의 실질이 최초 신탁재산에서 이어진 것이라면 중복 과세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판결은 가산세 판단 기준도 정리했다. 부정행위가 있으면 무신고가산세가 20%가 아닌 40%로 무거워지는데, 그 부정행위 여부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명의신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았다. 실무에서는 과거 과세 이력과 자금 흐름의 연결 고리부터 점검한다. 같은 신탁재산이 형태만 바꿔 이어진 것임을 입증하면 재차 과세를 다툴 여지가 있다.

지금 명의신탁주식이 남아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국세청은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설립된 법인으로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수탁자가 모두 설립 당시 발기인인 경우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복잡한 소송 없이 간소한 확인 절차로 실명 전환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환원 자체가 과세 문제를 지우는 것은 아니므로 신탁 시점과 평가액을 먼저 따져야 한다.

가상의 예시를 보자. 제조업체 A사는 2015년 설립 당시 대표가 지인 명의로 지분 20%를 올려 두었고, 명의개서 당시 그 지분의 세법상 평가액이 2억 원이었다고 하자. 타인 간에는 증여재산공제가 없으므로 과세표준 2억 원에 세율 20%를 적용하고 누진공제 1천만 원을 빼면 산출세액은 3천만 원이다. 여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더해진다. 주식 가치가 오르기 전, 문제를 빨리 확인할수록 부담이 작아지는 구조다.

오너 셀프 점검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주주명부의 명의와 실제 출자자가 다른 지분이 있는가
  • 그 지분의 명의개서 시점이 2019년 1월 1일 전인가 후인가(납세의무자가 달라진다)
  • 과거에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된 이력이 있는가(재차 과세 여부의 출발점)
  • 법인이 2001년 7월 23일 이전 설립되어 실제소유자 확인제도 요건에 해당하는가
  • 수탁자의 사망·변심·지분 처분 등 명의 분쟁 위험은 없는가

핵심 정리

Q. 명의신탁주식은 언제 증여세가 과세되나?
A. 명의자 앞으로 명의개서한 날 증여로 의제되어 과세된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입증은 납세자의 몫이다.

Q. 한 번 과세된 신탁주식을 팔아 산 주식도 또 과세되나?
A. 대법원 2018두37755 판결에 따르면 최초 과세된 신탁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해 같은 명의로 개서한 주식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차 과세할 수 없다.

Q. 남아 있는 명의신탁주식은 어떻게 정리하나?
A. 요건에 해당하면 국세청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를 활용하고, 해당하지 않으면 신탁 시점·평가액·과세 이력을 따져 환원 방법을 설계한다. 방치할수록 주식 가치 상승과 함께 부담이 커진다.

자료: 대법원, 국가법령정보센터, 국세청.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