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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엘칼럼] 대표님이 갑자기 쓰러지신 다음 날, 회사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유고는 예고 없이 온다. 대표이사 공백, 멈춰선 결제, 상속인 간 협의, 그리고 상속세 신고기한 6개월. 준비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그 6개월을 전혀 다르게 지나간다.

정엘 편집국 · 2026-07-12

월요일 아침, 평소처럼 출근하던 대표님이 회의실 앞에서 쓰러졌다.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12분. 그날 오후, 회사 통장에는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어음 결제가 예정돼 있었고, 결재란에는 대표이사 서명이 필요한 서류 세 건이 놓여 있었다. 대표님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런 순간, 직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 앞에 선다. 법인카드는 누가 쓸 수 있는가. 은행은 거래를 계속해 줄 것인가. 상속인들은 언제, 무엇에 합의해야 하는가. 승계는 대개 '언젠가 준비할 일'로 미뤄지지만, 실제로는 예고 없이 닥친다. 그리고 준비 여부에 따라 그다음 6개월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법률적으로 대표이사의 유고(有故,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는 회사 운영에 즉각적인 공백을 만든다. 대표이사 명의로만 처리되던 결재·인감·대외 계약은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멈추거나 지연된다. 은행 계좌는 명의인의 사망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는 인출이 제한되는 것이 통상적 실무이며, 법인 소유 부동산·주식의 명의 변경도 상속인 간 협의가 끝나야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신고기한, 즉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라는 시계가 함께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기한 안에 상속재산을 파악하고, 비상장주식이라면 평가를 거치고, 상속인 간 분할까지 정리해야 한다. 슬픔을 정리할 시간과 서류를 정리할 시간이 겹쳐서 온다.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A대표(가상 인물)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다. 등기임원은 A대표 한 명뿐이었고, 법인 인감도 본인이 직접 관리했다.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상속인이었는데, 회사 지분 평가와 분할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협의가 석 달 가까이 늦어졌다. 그사이 주거래은행은 대표이사 공백을 이유로 신규 여신 심사를 보류했고, 일부 거래처는 결제 지연을 우려해 납품 조건을 현금 선결제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신고기한이 다가와서야 세무대리인이 투입됐고, 촉박한 일정 속에 비상장주식 평가와 서류 준비가 한꺼번에 몰렸다. 회사는 결국 버텼지만, 그 몇 달의 혼란은 온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

회사가 미리 대비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다음 풍경은 갈린다. 대비된 회사는 대표이사 유고 시 누가 직무를 대행할지 정관이나 이사회에서 사전에 정해두고, 인감과 계좌 관리 권한을 특정인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도록 분산해 둔다. 상속인들과는 평소 지분 구조와 회사 상황을 공유해, 유사시 협의가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공감대를 만들어 둔다. 준비되지 않은 회사는 그 모든 결정을 유고 당일부터, 그것도 6개월의 시계가 돌아가는 와중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점해야 할 일
48시간 이내직무대행자 지정 여부 확인, 법인 인감·통장·법인카드 관리자 파악, 임박한 결제·계약 일정 점검
1~2주 이내주거래은행·주요 거래처에 상황 공유, 세무대리인·법률자문 선임, 상속인 명단 및 상속재산 목록 정리 착수
1~3개월 이내비상장주식 등 상속재산 평가, 상속인 간 분할 협의 진행, 등기임원 변경 등기 준비
6개월 이내(신고기한)상속세및증여세법상 신고기한 내 상속세 신고·납부 완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대표이사 유고 시 직무대행 순서를 이사회 결의나 정관에 문서로 남겨두는 것, 인감·계좌·법인카드 관리 권한을 한 사람에게만 몰아두지 않는 것, 그리고 주거래 세무대리인과 미리 관계를 만들어 두어 유사시 하루 만에 대응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만 갖춰 두어도, 신고기한 6개월은 쫓기는 시간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시간이 된다. 준비는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 준다.

핵심 정리

Q. 대표이사가 갑자기 유고 상태가 되면 회사 업무는 전부 멈추나요?
A. 전부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이사 명의로만 처리되던 결재·계약·인감 날인은 후임 대표이사나 직무대행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직무대행 순서를 정해두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Q. 상속세 신고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비상장주식 평가와 상속인 간 분할 협의까지 이 기간 안에 마쳐야 하므로, 협의가 늦어질수록 일정이 촉박해집니다.

Q. 지금 당장 무엇부터 준비하면 되나요?
A. 대표이사 직무대행 순서를 문서로 정해두고, 인감·계좌·법인카드 관리 권한을 분산하고, 세무대리인과의 관계를 평소에 만들어 두는 것이 시작입니다.

자료: 상속세및증여세법(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국가법령정보센터).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