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엘칼럼
형제자매가 함께 물려받으면, 회사는 왜 둘로 갈라지는가
지분을 형제자매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공평할까. 상법상 결의 요건을 모르고 균등 배분부터 결정하면, 승계 이후 회사는 오히려 표류할 수 있다.
"지분은 삼 형제가 똑같이 나눠 가지면 됩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결정했다. 누구도 서운하지 않게, 공평하게. 그런데 3년 후 이사회에서 신규 투자 안건이 부결됐다. 셋 중 하나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지분은 공평했지만, 회사는 더 이상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녀가 여럿인 오너 대부분이 같은 고민을 한다. 한 명에게 몰아주면 나머지가 서운해할까 봐, 혹은 형제 사이가 틀어질까 봐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는 쪽을 택한다. 우애를 지키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자식들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그 선의가 정작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마비시키는 경우를 현장에서 적지 않게 본다.
중소벤처기업부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대표이사 중 60세 이상 비중은 44.8%에 달하고, 마땅한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기업은 약 67만 개로 추정된다. 승계 시점이 눈앞인데 후계 구도조차 못 정한 기업이 이렇게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후계자를 여러 명 두는 '공동승계'를 택한 기업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린다. 상법상 주주총회 보통결의는 출석 주식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상법 368조), 정관 변경이나 합병 같은 특별결의는 출석 주식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상법 434조). 지분이 3분의 1씩 쪼개지면 형제 중 한 명만 반대해도 특별결의는 물론 경우에 따라 보통결의조차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의 예시]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A 회장은 세 자녀에게 지분을 33.3%씩 나눠줬다. 장남이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공장 증설을 위한 이사회 안건에서 차남이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이유는 경영권과 무관했다. 형제 간 오래된 서운함이 표로 표출된 것이었다. 결국 증설은 1년 넘게 지연됐고, 그사이 경쟁사가 먼저 설비를 늘렸다.
이 갈림길에서 방치와 준비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방치하면 지분은 균등해도 의사결정은 표류하고, 형제 중 누구도 완전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진다. 반면 미리 준비한 기업은 지분 배분과 별개로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가'를 문서로 못 박아 둔다.
실무에서 흔히 쓰는 방법은 세 가지다.
| 방법 | 핵심 | 흔한 실수 |
|---|---|---|
| 지주회사 구조 | 지주회사 지분은 승계자 중심으로, 자회사 경영은 분리 | 지주사 전환 시점을 놓쳐 세부담만 키움 |
| 주주간계약 | 의결권 위임·거부권 범위를 형제간 사전 합의로 문서화 | 구두 약속에 그쳐 법적 구속력 없음 |
| 경영승계자 우선 지분배정 | 경영 참여 자녀에게 의결권 있는 지분을, 비참여 자녀에게는 배당 중심 지분을 배정 | '공평'과 '균등'을 같은 개념으로 착각 |
여기서 흔한 실수는 '공평하게'와 '경영권 있게'를 같은 문제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는 것과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것은 별개의 설계다. 비참여 자녀에게는 배당 우선 주식이나 별도의 자산으로 몫을 채워주고, 경영을 맡을 자녀에게는 의결권이 실린 지분을 몰아주는 방식이 현장에서는 더 잦은 갈등을 막는다. 가업상속공제(상속세 및 증여세법 18조) 역시 가업을 실제로 이어받아 경영하는 상속인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지분만 나누고 경영권 설계를 미룬 기업은 이 공제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분 배분표부터 다시 꺼내 본다. 지금 문서상 지분율이 그대로 미래의 의사결정 구조가 될지, 아니면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지금 점검한다. 주주간계약서 초안을 만들고, 경영 참여 여부에 따라 지분 성격을 나누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늦지 않다.
핵심 정리
Q. 지분을 자녀들에게 무조건 똑같이 나누면 안 되는 건가요?
A. 균등 배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의결권이 실린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면 상법상 결의 요건(상법 368조, 434조)에 따라 형제 중 한 명의 반대로 안건이 막힐 수 있다. 경영 참여 여부에 따라 지분 성격을 다르게 설계하는 것이 실무의 기본이다.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가업승계 실태조사, 상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본 기사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