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엘칼럼
[정엘칼럼] 후계자 교육은 성공 수업이 아니라 실패 수업이다
후계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잘 차려진 성공의 경험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규모의 실패를 겪고 회복해 본 경험이다.
후계자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좋은 학교, 경영학 지식, 잘 짜인 승진 코스를 떠올린다. 본사의 좋은 자리에서 성과가 보장된 프로젝트를 맡기고, 이력서에 성공의 기록을 쌓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란 후계자가 정작 회사를 물려받은 뒤 첫 위기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드물지 않게 본다.
경영의 본질은 위기 대응이다
경영자의 진짜 역량은 좋은 시절이 아니라 나쁜 시절에 드러난다. 자금이 마르고, 핵심 인력이 떠나고, 주력 거래처가 끊기는 순간의 판단력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창업자는 대부분 그런 실패와 결핍 속에서 단련됐다. 그런데 그 창업자가 자녀에게는 실패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넘어질 만한 곳을 미리 치워 주는 것이다. 사랑이지만, 교육으로는 실패다.
작게, 일찍, 진짜로 실패하게 하라
후계자 교육의 핵심은 감당 가능한 실패를 설계하는 데 있다. 회사가 흔들리지 않을 규모의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통째로 맡기고, 결정도 책임도 본인이 지게 해야 한다. 실패하면 원인을 스스로 복기하게 하고, 다시 기회를 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경험이 아니라 회복의 경험이다. 무너졌다가 일어서 본 사람만이 위기에서 조직을 붙잡을 수 있다.
물려줄 회사가 소중할수록, 후계자에게는 성공의 계단이 아니라 실패의 연습장을 먼저 내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창업자가 살아 있을 때만 해 줄 수 있는 교육이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경영·승계 관점을 다룬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